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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며

푸른 도시에 새하얀 눈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날이었다. 12월 31일, 한 해가 마무리되는 날이자 올해 중 가장 추운 날이기도 했다.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바람은 살갗을 베일 듯 강하게 잠뜰의 몸을 후려치고 지나갔다.

“날씨가 꽤 추워졌네.”

서늘한 바람에 옷깃을 여민 잠뜰은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지만 성화 관할서 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잠뜰은 고개를 기울여 인사하고는 미스터리 수사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은 작은 조명 하나만 켜진 채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잠뜰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걸어 놓고는 의자에 몸을 구겨 넣었다. 차가운 사무실의 온기가 잠뜰의 주위를 맴돌았다.

“어제 당직이 누구였길래 불도 제대로 안 꺼 놓고 간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린 잠뜰은 손을 뻗어 당직 시간표를 뒤적였다. 어제 당직은 다름 아닌 수사반의 막내, 덕개였다. 지금은 숙직실에서 뻗어 있겠구먼. 잠뜰은 피식 웃고는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어제 수사 내용을 정리하다 만 자료들이었다. 펜을 들고 서류를 바라보던 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경위님? 벌써 출근하신 거예요?”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당직이었던 덕개였다. 덕개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는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의 모습에 헛웃음을 지은 잠뜰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원래 이 시간에 출근하는데. 덕 경장 많이 졸려 보이는데 커피라도 마시지 그래?”

“아이, 경위님. 저 커피 잘 안 먹는 거 알면서.”

덕개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하여간 한결 같다니까. 잠뜰은 피식 웃음을 짓고는 아까 읽던 서류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사무실 문이 요란하게 열리는 소리에 잠뜰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잠시만요! 화장실만 다녀올게요!”

덕개는 화장지와 사무실에 두고 다니는 칫솔을 집어 들고는 뛰쳐나갔다. 그러나 덕개가 당직일 때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잠뜰은 그저 웃으면서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잠뜰은 들고 온 가방에 손을 넣고는 무언가를 찾는 듯 휘저었다. 이윽고 그녀의 손에는 조그맣게 포장된 선물이 잡혔다. 손에 들린 걸 확인한 잠뜰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퍼졌다. 잠뜰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미스터리 수사반 형사들이 하나 둘 씩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형사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순식간이었다. 성화 관할서 서장님의 한 마디에 미스터리 수사반 안은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큰일일세, 잠 경위.”

잠뜰은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사무실 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심각한 얼굴로 서 있는 서장님이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그동안 본 적 없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서장님의 모습에 잠뜰이 서류를 정리하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사건입니까?”

잠뜰의 말에 서장님은 고개를 내저었다. 자리에 앉아있던 수현과 덕개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장님을 바라보았고, 라더와 각별은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뜰이 고개를 갸웃하자, 서장님은 문을 닫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잠뜰의 귀에 대고 작게 입을 열었다.

“잠 경위가 준 선물 말이야. 분명 화장실 가기 전에 책상 위에 두었는데 없어졌다네.”

잠뜰은 그 말을 듣고는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거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녀의 말에 서장님은 발끈하여 소리쳤다.

“내가 여기서 근무하는 동안 연말이라고 선물 준 사람이 자네밖에 없었네!”

서장님의 말에 사무실 곳곳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서장님이 고개를 돌려 노려보자, 웃음을 짓고 있던 각별이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잠뜰은 고개를 내저으며 각별에게 웃지 말라는 손짓을 보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 선물 찾아드리면 되는 걸까요?”

“그렇다네. 마침 들어온 수사 건도 없으니…. 자네만 믿고 있겠네, 잠 경위. 아, 물론 수사반 멤버들도.”

서장님은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무거운 정적 속에서 사무실 문이 닫히자, 곳곳에서 웃음을 참는 듯, 풍선 바람 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서, 저희 이번 사건 명은 선물 실종 사건인가요?”

공룡이 웃음을 참느라 끅끅거리는 목소리로 묻자, 잠뜰은 이마를 짚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덕개는 자신의 책상 위에 있던 작은 선물 꾸러미를 집어 들고는 살짝 흔들었다.

“서장님이 말씀하신 게 이거죠? 경위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쿠키요.”

“맞아, 아까 서장님께도 드렸었거든. 짧은 시간 만에 사라졌나 봐.”

“귀찮아~ 그러니까 난 여기 있을거임.”

잠뜰이 이마를 짚고 생각에 잠긴 그때, 각별이 쿠키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고개를 내밀었다. 각별의 말에 수현이 고개를 내저으며 각별을 들어 올렸다. 키에 비해 가벼운 각별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수현을 바라보았다.

“경사님도 수사 참여하셔야죠, 서장님이 ‘직접’ 지시하신 사항인데?”

“...알았어. 하면 되잖아.”

수현의 웃는 얼굴에 묻어있는 살기를 느꼈는지 각별은 수긍하면서 쿠키를 하나 더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라더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의자에 걸쳐두었던 자기 외투를 입었다.

“일단 서장실로 가시죠? 엄밀히 말하면 사건 현장이니까요.”

라더의 말에 수사반 멤버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하나둘 수사반 사무실을 나섰다. 가장 마지막으로 수사반을 나선 덕개는 서늘한 기운에 문을 닫다 말고 그 자리에 멈추었다.

‘아주 재미있는 사건이야. 항상 명심해, 범인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눈앞이 일렁이며 어지러운 느낌에 덕개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진짜 나한테만 맨날 이러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투덜대던 덕개는 사무실 문을 닫고 서장실로 향했다.

 

“외부 출입 흔적은 딱히 없는 거 같은데.”

“안타깝게도 서장실 앞 복도랑 서장실 안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네.”

“원래 없었나? 누가 떼간 건 아닐까?”

라더와 잠뜰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사뭇 진지하게 말을 얹은 공룡은 라더가 들고 있는 정의를 보고는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그게 될 리가 없잖아,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연 덕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장실 안과 밖은 평소와 같았다. 깔끔한 복도와 먼지 한 톨 없는 소파,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과 앉았다가 일어난 듯 살짝 옆으로 돌아가 있는 의자. 잠뜰은 자신이 선물을 올려두었던 책상 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무언가가 있었냐는 듯 깔끔하게 비어있었다. 각별은 무심한 눈으로 서장실 안을 스윽 훑었다. 살짝 풀려있는 서장실 문의 나사, 뒤엉켜있는 컴퓨터 선 등 다른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작은 변화를 알아채고는 소파에 기댄 몸을 일으켜 서장님의 의자에 앉았다.

“그러면 서장실 안에 드나든 사람은 없는 건가?”

“일단은 몇 명 있다고는 들었어. 간단하게 적은 메모니까 다들 보게나.”

잠뜰은 작은 메모장에 휘갈긴 글씨를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택배기사 김진석, 인터넷 수리기사 박한식?”

“서장님 기억을 토대로 한 거라 그리 정확하지는 않을 거야. 다른 순경들한테는 알리지 말라고 하셔서.”

“왜요? 순경들 도움 좀 받으면 좋잖아요.”

덕개의 물음에 잠뜰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후회가 살짝 묻어있었다. 수현은 잠뜰의 표정을 힐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

“경위님 혹시 쿠키를 저희랑 서장님밖에 안 드렸나요?”

“그건 내가 말해주지 않았던 거 같은데?”

수현의 말에 놀란 잠뜰이 되물었다. 수현은 피식 웃고는 손을 내저었다. 각별은 무슨 의미인지 파악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라더와 덕개 그리고 공룡은 무슨 말이냐는 듯 살짝 찡그린 눈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

“순경들에게 말해서 자초지종을 알게 되면 분명 경위님이 난처해지실 테니까요. 그래서 서장님이 단독으로 저희에게 수사를 부탁한 거 아니에요? 저희는 다 선물을 받았으니까요.”

“수 경사는 진짜 못 속이겠다.”

멋쩍은 웃음을 지은 잠뜰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잠뜰의 자초지종을 들은 멤버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순경들에게 선물을 주지 못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나머지는 다 타버렸어.”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을 이해해버린 수사반은 각자 역할을 나누어서 수사하기 시작했다. 잠뜰과 라더, 그리고 각별은 서장실 안을 탐색했고, 수현과 덕개, 그리고 공룡은 서장실 주변과 탐문 수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은 정확히 두 시간 뒤, 회의실 안에서 모였다.

 

잠뜰은 회의실에 모인 멤버들은 바라보고는 가볍게 탁자를 내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잠뜰에게 모이자, 그녀는 헛기침하고는 입을 열었다.

“자, 다들 수고 많았어. 슬슬 해가 지고 있으니까 수사한 결과를 말해보자고. 누구 먼저 할래?”

“일단 저희 먼저 말할게요.”

수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공룡과 덕개는 사전에 이야기한 상태였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자, 수현이 목을 가다듬고는 탁자 앞에 섰다.

“일단 출입한 사람들에게 가서 물어봤는데 두 사람 다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어요. 택배기사인 김진석은 서장실로 온 택배를 서장실 문 바로 뒤에 두고 갔다고 했고, 박한식은 순경들의 허락을 받고 서장실에 들어가 인터넷 선을 교체했다고 하더라고요. 책상 위에 선물은 못 봤다고 하고, 무언가 뜯어진 종이랑 쿠키 세 개, 그리고 부스러기만 봤다고 말했어요. 그 외에는 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덕개의 직감이들 말로는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는다고 했으니 아마 그들의 말은 사실일 겁니다.”

수현의 말에 회의실 안은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그럼 도대체 누가 가져갔다는 말인가? 알 수 없는 의문에 여섯 명 모두 숨죽이고 생각에 잠겼다. 무거운 정적은 깬 건 각별이었다. 각별은 탁자 앞으로 가더니 입을 열었다.

“왜 다들 죽상이야? 일단은 우리 쪽은 수색을 했고, 아마 인터넷 수리기사의 말은 사실일 거야. 책상 밑에도 부스러기가 있었거든. 선도 정리가 안 되어있는걸 봐서 그냥 교체만 하고 간 거 같고. 서장실 문에 나사 하나가 살짝 헐렁했거든? 아마 문에 충격을 줘서 그럴 텐데 서장실에 함부로 들어가려는 줄 알고 또니 순경이랑 잠깐 실랑이가 있었고. 그때 문을 힘주고 잡고 있다가 놓쳐서 세게 닫힌 모양이야. 뭐, 별다른 점은 없었지만 딱 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어.”

각별의 말에 공룡은 고개를 갸웃했다. 중요한 거라도 나왔나? 그의 중얼거림에 각별이 공룡을 바라보았다. 각별의 노란 눈에는 무언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건 각별이 아주 가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생기는 습관이었다.

“책상 위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데, 바닥은 왜 깨끗하지 않았을까?”

 

어느덧 해가 다 지고 여명만이 남아있을 시각, 성화 관할서 로비에는 모두가 모여 있었다.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하자, 잠뜰이 목을 가다듬고는 모두의 앞에 섰다.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는 거 같은데. 그녀의 중얼거림은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물론 성화 관할서의 모든 경찰들이 모인 것은 아니었다. 서장님과 순경들, 그리고 미스터리 수사반 멤버들 뿐이었지만 로비가 가득 찼다. 관할서가 이리 작았었나. 속으로 살짝 웃은 라더는 팔짱을 끼고는 잠뜰을 바라보았다. 잠뜰은 심호흡을 내쉬었다.

“일단 12월 31일 현 시각 오후 7시 31분. 오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었습니다. 서장님의 방에 절도범이 들어서 서장님의 물건이 없어진 사건으로, 비공식적이지만 저희 미스터리 수사반이 수사를 진행했었습니다. 이 사건은 서장님의 책상 위에 있던 선물이 없어진 것으로, 서장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틈을 타 절도를 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용의자는 두 명이었지만 저희는 수사를 통해 그 외의 인물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 부득이하게 모두를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잠뜰의 말을 받아 설명을 이어가던 수현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서 머물렀다. 그의 시선이 닿은 사람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 수현은 피식 옅은 웃음을 흘렸다. 잠뜰의 시선 또한 그 사람을 향했다.

“-또니 순경입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또니는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았다. 또니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옆에 있던 필립 순경이 그녀를 부축해주었지만 또니는 쉽게 서있지 못했다. 잠뜰은 또니를 바라보았다. 또니의 얼굴은 울상이 되어 어느샌가 울먹이고 있었다.

“아니이 저는 그냥, 하나만 집어먹으려다가….”

“또니 순경, 그렇다고 서장님 쿠키를 몰래 먹으면 쓰나?”

잠뜰이 헛웃음을 지으며 묻자, 또니는 울음을 터트렸다. 서장님은 그런 또니를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마안…. 맛있게 드시는데 저도 먹고 싶었단 말이에요오…. 서장님이 잠 경위님에게 받았다는 걸 나중에 포장지 보고 알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남아있던 쿠키 세 개를 제가 다 먹어버리고 말았었어요.”

잠뜰은 또니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또니 순경은 잠뜰을 끌어안고는 펑펑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장님은 수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서장님의 방에 들어온 사람은 총 세 명이었습니다. 인터넷 기사, 택배기사, 그리고 또니 순경 순이었죠. 또니 순경은 서장실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던 택배기사를 막고 돌려보낸 뒤, 책상에 있던 쿠키를 발견하게 됩니다. 호기심에 하나를 먹었던 또니 순경은 이윽고 다 먹어버렸고, 흔히 말해 증거 인멸을 위해 책상에 있던 포장지까지 버린 것이죠. 하지만 곧 서장님이 돌아오신다는 것을 안 나머지 책상 위만 정리하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서장님이 들어오셨고요.”

“포장지는 파쇄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아마 종이로 만들어진 포장지여서 그런 것 같은데. 안 그래요, 또니 순경?”

“죄송해요…! 그렇지만 너무 맛있어서….”

울먹이는 또니의 어깨에 서장님의 손이 얹어졌다. 서장님은 또니를 다독이며 웃었다.

“괜찮네, 외부인이 아닌 게 어디야. 서장실은 보안이 철저해야 하는 곳이라서 혹시 몰라 수사를 요청했던 것뿐이네. 아, 그리고 잠 경위. 그리고 미스터리 수사반 팀원들, 정말 고맙네.”

서장님은 고마움의 말을 남기고는 관할서 밖으로 나갔다. 잠뜰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등을 돌렸다. 사건 해결도 됐으니, 이만 슬슬 퇴근해볼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경위님, 왜 저는 선물 안 주세요?”

“그… 또니 순경, 내가 다음에 만들어줄게요. 남은 게 없단 말이야.”

“진짜죠? 진짜 만들어주시기에요!”

잠뜰은 도망치듯 수사반 사무실로 뛰어갔고, 수현과 라더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공룡 또한 쿠키를 더 만들어달라며 잠뜰 뒤를 쫓았다. 각별은 남은 쿠키 하나를 입에 넣으며 커피를 타고 있었고, 덕개는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당신에게 올해는 어떤 의미였나요?’

“어떤 의미라…. 글쎄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으니 난 만족해.”

덕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퇴근 준비를 하러 사무실로 향했다. 여섯 명 모두가 퇴근을 위해 사무실로 모이자, 각별이 남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켜며 외쳤다.

“연말 하면 회식이지! 경위님이 쏜단다!”

“내가? 내가 언제요!”

“아싸, 오늘 저녁은 삼겹살이다~”

“경위님, 잘 먹겠습니다!”

잠뜰은 이마를 짚으며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들었다.

“그래그래, 가자. 우리 각 경사님 내일이면 한 살 더 먹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잠뜰의 말에 각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지만 이내 삼겹살 노래를 부르면서 외투를 입기 시작했다. 경위님 잔고 괜찮을까요? 심각한 얼굴로 라더가 수현에게 귓속말을 했지만, 수현은 이내 라더에게 답했다.

“경위님이시니까 우리보다 월급이 많지 않을까?”

“...아?”

“오랜만에 갑시다~ 불은 내가 끌 테니까 얼른 나가. 안 가면 안 사준다?”

“아닙니다! 지금 나갑니다!”

잠뜰의 재촉에 머뭇대던 라더도 밖으로 튀어 나갔다. 잠뜰은 피식 웃으며 외투를 입고는 가방을 챙겼다. 올해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참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듯했다. 그에 비해 위험한 일도 많았다. 경찰이라는 직업이 그런 거니까. 잠뜰은 작게 중얼거리며 사무실 불을 껐다. 어둠만이 가득한 사무실을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매일 오는 곳인데.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와야 하는 공간이었지만 잠뜰에게는 여러 의미가 있는 공간이었다.

“혼자 수사하는 게 익숙해졌었는데, 이젠 그것도 그른 거 같네.”

싱긋 웃으며 문을 닫은 잠뜰은 관할서를 나섰다. 밖에서는 새하얀 눈이 검은 허공에 휘날리고 있었다. 덕개와 공룡은 신이 난 듯 뛰어다니고 있었고, 각별은 뛰어다니는 둘에게 눈을 뭉쳐 던지고 있었다. 라더와 수현은 이야기를 나누며 눈사람을 만들려는 듯 눈을 굴리고 있었다. 잠뜰이 발걸음을 내딛자 눈이 밟히는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잠뜰은 물끄러미 눈을 바라보다가 작게 눈을 뭉쳐서 있는 힘껏 던졌다. 각별의 몸에 퍽하고 눈을 맞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자, 잠뜰은 잽싸게 차에 올라타며 외쳤다.

“늦게 온 사람이 고기 굽기다!”

“아 잠시만요!”

“내가 가장 빠르지롱~”

이윽고 노란 차가 성화 관할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늘에서는 수고했다는 듯 새하얀 눈송이가 떨어지며 온 세상을 덮었다. 그렇게 어둠은 눈에 뒤덮여 서서히 잠식되어갔다.

1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10인 뜰팁 합작
-2023.12.31-


주최자

@@cb0630 으레
@dreamtown_1167 돌멩이




이번 합작은 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을 주제로

그림 파트에서 7분
, 글 파트에서 3분으로

총 10분께서 참여자로 함께하시게 됐습니다.

모두 각자의 구상을 바탕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약 2개월 동안 고생해주신 참여자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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